푸른 바다를 유유히 헤엄치는 바다거북의 모습은 우리에게 경이로움과 평화로움을 선사합니다. 1억 년이 넘는 세월 동안 지구의 바다를 지켜온 이 고대의 항해자들은 이제 심각한 위기에 처해 있습니다. 기후변화, 해양 오염, 무분별한 개발로 인해 모든 바다거북 종이 멸종 위기에 놓여있습니다. 이 글에서는 바다거북의 놀라운 생태와 그들이 직면한 위협, 그리고 우리가 이들을 보호하기 위해 할 수 있는 일들에 대해 이야기하고자 합니다. 바다거북의 여정을 따라가며, 우리는 해양 생태계 보호의 중요성을 다시 한번 깨닫게 될 것입니다.
바다거북의 경이로운 세계 그리고 멸종 위기
바다거북은 지구상에서 가장 오래된 해양 파충류 중 하나로, 약 1억 1천만 년 전부터 존재해왔습니다. 이들은 7종으로 나뉘며, 그 중 5종이 우리나라 연안에서 발견됩니다. 푸른바다거북, 붉은바다거북, 매부리바다거북, 장수거북, 올리브바다거북이 바로 그들입니다.
바다거북은 육지와 바다를 오가는 독특한 생활 방식을 가지고 있습니다. 암컷 바다거북은 산란기가 되면 자신이 태어난 해변으로 돌아와 알을 낳습니다. 이 과정에서 수천 킬로미터를 이동하는 놀라운 능력을 보여줍니다. 예를 들어, 2024년 9월에 한국에서 방류된 3년생 인공증식 푸른바다거북 한 마리가 3,847km를 헤엄쳐 베트남 해안까지 이동한 사례가 있습니다.
바다거북의 생애는 험난합니다. 알에서 부화한 새끼 거북이 바다에 도달하기까지 많은 위험이 도사리고 있습니다. 바닷새나 다른 포식자들의 먹이가 되기도 하고, 바다에 도달하더라도 물고기들에게 잡아먹힐 수 있습니다. 새끼 바다거북의 생존율은 단 8%에 불과합니다
바다거북은 현재 심각한 멸종 위기에 처해 있습니다. 이들이 직면한 주요 위협 요인은 다음과 같습니다.
서식지 파괴가 가장 큰 문제입니다. 해안 개발과 상업적 활동으로 인해 바다거북의 산란지가 급격히 줄어들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제주도의 중문색달해수욕장은 과거 붉은바다거북의 산란지였으나, 개발과 상업화로 인해 2007년 이후 16년 넘게 산란 기록이 없습니다.
기후변화도 심각한 위협입니다. 해수면 상승으로 인해 바다거북의 산란지가 침수되고 있으며, 모래 온도 상승은 성비 불균형을 초래합니다. 부화 시기의 온도가 높아질수록 암컷이 태어날 확률이 높아져, 장기적으로 번식에 문제가 생길 수 있습니다.
해양 오염, 특히 플라스틱 쓰레기는 바다거북에게 치명적입니다. 바다거북은 플라스틱을 해조류나 해파리와 혼동하여 섭취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2017년부터 2019년까지 해부된 바다거북 38마리 중 20마리의 위에서 플라스틱 쓰레기가 발견되었습니다.
어업 활동으로 인한 피해도 심각합니다. 그물에 걸리거나 선박과 충돌하는 사고가 빈번히 발생하고 있습니다. 또한, 레저 낚시로 인한 폐어구도 바다거북에게 큰 위협이 되고 있습니다.
이러한 위협 요인들로 인해 제주 해안에서만 매년 30마리가 넘는 바다거북이 죽거나 다친 채 발견되고 있으며, 이 숫자는 계속 증가하는 추세입니다. 바다거북은 해양 생태계의 건강 상태를 나타내는 중요한 지표종이므로, 이들의 보호는 단순히 한 종의 보존을 넘어 해양 환경 전체의 보호와 직결됩니다.
멸종을 막기 위한 전 세계적인 노력
바다거북의 멸종을 막기 위해 전 세계적으로 다양한 노력이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국제적 보호: 세계자연보전연맹은 모든 바다거북을 멸종위기 종으로 지정하고, 채집과 도살, 포획 등을 엄격히 금지하고 있습니다. 또한 '야생동·식물종의 국제 거래에 관한 협약'에 의거해 바다거북의 국가 간 상업적 거래를 금지했습니다1.
국내 보호 정책으로 해양수산부는 우리 연안에 출현하는 5종의 바다거북을 해양보호생물로 지정하여 포획이나 유통을 엄격히 금지하고 있습니다.
인공 부화와 방류로 해양환경공단은 '해양생물 서식지외보전기관 지원사업'을 통해 2017년 푸른바다거북, 2018년 매부리바다거북의 인공 부화에 성공했습니다. 이렇게 인공 부화된 개체들은 1~3년간 수족관에서 키워진 후 자연으로 방류됩니다.
해양동물전문구조·치료기관을 통해 좌초되거나 혼획된 바다거북을 신속하게 구조하고 치료한 후 자연으로 돌려보내고 있습니다.
연구와 모니터링을 위해 방류된 바다거북에게는 이동경로 추적을 위한 인공위성 추적용 발신기를 부착합니다. 이를 통해 바다거북의 자연 적응성과 이동경로를 파악하여 개체 수 회복 효과를 점검하고 있습니다.
제주도 조근모살 해변에서는 바다거북 자연부화장 조성을 위한 환경조사 연구가 진행 중입니다. 이를 통해 인공증식으로 확보한 바다거북의 알을 자연 상태에서 부화시키는 방안을 모색하고 있습니다.
우리가 할 수 있는 일
바다거북을 보호하기 위해 우리 개개인이 할 수 있는 일들이 있습니다.
플라스틱 사용 줄이기입니다. 바다거북은 플라스틱을 먹이로 오인하여 섭취할 수 있습니다. 일회용 플라스틱 사용을 줄이고 재활용을 실천함으로써 해양 오염을 줄일 수 있습니다.
해변 청소에 참여하기입니다. 지역 해변 청소 활동에 참여하여 바다거북의 서식지를 깨끗이 유지하는 데 기여할 수 있습니다.
또한 책임감 있는 관광을 해야 합니다. 바다거북 산란지를 방문할 때는 거북이나 그들의 둥지를 방해하지 않도록 주의해야 합니다.
바다거북의 중요성과 그들이 직면한 위협에 대해 주변 사람들에게 알리고 교육하는 것도 중요합니다.
바다거북에게 안전한 어업 방식으로 잡은 해산물을 선택하여 구매합니다.
개인적인 차원에서 에너지 절약, 재생 에너지 사용 등을 통해 기후 변화 완화에 동참할 수 있습니다.
바다거북은 해양 생태계의 중요한 구성원이자 지구의 오랜 역사를 간직한 경이로운 생물입니다. 이들을 보호하는 것은 단순히 한 종을 지키는 것을 넘어 해양 생태계 전체의 균형을 유지하는 일입니다. 우리 모두가 바다거북의 보호에 관심을 가지고 행동한다면, 미래 세대들도 이 아름다운 생물을 만나볼 수 있을 것입니다. 한기준 해양환경공단 이사장의 말처럼, 언젠가 자연부화장에서 부화한 바다거북이 성체가 되어 돌아와 산란하는 광경을 볼 수 있기를 희망해봅니다. 바다거북의 보호는 우리 모두의 책임이며, 지속적인 관심과 노력이 필요한 중요한 과제입니다.